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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시선은 여전히 오층 높은 누각 창문을 멍청히 쳐다보고만 있었다.녹색 의복을

입은 그 계집종은, 소년이 자기 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는 눈치를 채자, 발끈 약

이 올랐다. 당돌하고 날쌘 동작으로 한 걸음을 바싹 다가서는 순간, 파란 빛이 번쩍하

고 소년의 눈앞을 번갯불처럼 스쳐 나갔다.찰싹하는 모질고 호된 소리와 함께 계집종

은 소년의 오른쪽 뺨을 야무지게 후려갈겼다.소년의 오른쪽 볼엔 당장에 가느다란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새빨갛게 도장처럼 찍혔다.소년은 손으로 얻어맞은 볼을

어루만지면서 소리를 벌컥 질렀다.”너, 왜 또 사람을 때리니?”계집종은 소년의 뺨을 \

후려갈겨 놓고야 성미가 풀어지는 모양이었다. 금방 깔깔대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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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계집애 얼굴에는 여전히 소년을 멸시하고 업신여기는 빛이 잔뜩 감돌고 있었다.

“호호호‥‥‥호호‥‥‥ 네깐 녀석 좀 때렸으면 때렸지, 어떻다는 거야? 약이 오르

거든 어디 무술을 배워 가지고 와서 나한테 복수를 해보지! 그럴 만한 주제도 못 되는

것이‥‥‥ 흥! 잘 들어 둬! 오늘부터 나는 네 녀석을 보기만 하면 한 번씩 때릴 작정

이야!””건, 무슨 까닭으루?””오호호‥‥‥ 호호호‥‥‥.”계집종은 또 한 번 배꼽을 움

켜쥐고 경망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바보 자식이! 네 녀석은 횐 말이 낳은 사내

새끼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 줄 알구? 말이 낳은 새끼를 사람의 새끼랄 수 있느냐

말이야? 짐승의 새끼가 매 좀 맞으면 맞았지 어쨌단 말이야?”소년은 얼굴빛이 핼쑥하

게 변했다. 눈에서 매서운 광채가 날카롭게 번쩍였다. 두 어깨를 약간 으쓱하는 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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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종에게 그대로 덤벼들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소년은 그런 태도를 완전히

버리고 눈초리도 얼굴빛도 처음같이 온순하게 가라앉았다.뭣인지 몰라도, 소년은 몸이

움츠러지는 위축감을 느낀 듯이 한 걸음을 선뜻 뒤로 물러섰다.소년은 그의 유모(乳母

)가 적어 준 세 개의 참을 인(忍)자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십오 년 동안을 두고 소년은

이 ‘참을 인자’ 석 자를 가지고 세상만사를 참고 견디기에 노력해 왔다. 이 봉명장에서는

아가씨 한 사람만이 소년을 동정해 주는 이외엔 어떤 사람도 소년을 사람으로 대접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나 털어 놓고 ‘말이 낳은 새끼’라고 욕만 해줬다.소년은 몇 번

인지 자기를 키워 준 유모에 자기 부모가 누구냐고 물어 봤다. 그러나 유모는 끝끝내 부

모의 성명 석 자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