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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들려왔다.”국홍아! 너 왜 여기 혼자 서 있다지?”그것은 몹시 부드럽고 가라앉은 어떤 여자의 음성

이었다. 그러나 손추평의 귀로 들을 때에는 마치 한 자루의 예리한 칼끝으로 가슴 한복판을 찌르는 소리

와도 같았다.절정을 향하고 타올라 가던 손추평의 정욕의 불길도 폭싹 주저앉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발칵 날쌘 동작으로 다시 몸을 뒤집었다. 연비를 침상 위에 내동댕이쳐 놓고 재빨리 손가락을 뻗쳐서 그의

수혈(睡穴)을 찔러 버렸다. 손에 닥치는 대로 비단 이불 한 채를 집어서 연비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털끝

하나 보이지 않도록 푹 뒤집어씌웠다.밖에서 계집종 국홍의 음성이 또렷하게 들려 왔다.”아니? 아가씨

웬일이세요? 무슨 일이 있으셔서 여길 오셨죠? 큰마님께서 지금 여기 계신데요!”대담 무쌍하기로 천하

에 유명한 손추평은, 만약에 딴사람이 이 장면에 나타났다고 하면 한편 눈도 깜짝하지 않을 여자였다.

그러나 밖에서 들려 오는 여자의 음성을 들어 보니 그것은 바로 자운(紫雲) 아가씨가 아닌가!손추평도

당황하고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질겁을 해서 침상 아래로 단숨에 뛰어 내렸다. 쏜살같이 침상 뒤로

들아 들어가서 날쌔게도 벗어 던졌던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이때, 자운 아가씨의 음성이 또 들려

왔다.”응? 그래? 그거 이상한데! 그렇다면 우리가 사람을 잘못 봤단 말인가? 방금 첫째 어머니의 뒷그

림자를 분명히 본 것 같은데‥‥‥‥”계집종 국홍은 방안에까지 들리라고 일부러 음성을 높였다.”아

가씨께선 누구를 뒤쫓아 오신 건가요?”자운 아가씨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선뜻 대답했다.”새빨간 의복

을 입은 어떤 여자 하나가 사람을 등에 업고 이리로 달려왔단 말이야! 어떤 사람이 무슨 일로 그러는지

수상쩍어서 여기까지 찾아와 본 거야!”눈치 빠르기로 남 못잖은 계집종 국홍이 대뜸 고개를 옆으로 흔들

며 앙큼스럽게 딴전을 부렸다.”천만에 그럴 리가 있나요? 사람을 잘못 보신 게죠! 큰 마님께서는 지금 막

낮잠이 드셔서 곤히 주무시고 계신걸요! 오늘 문밖이라고는 한 발자국도 나가신 일이 없으셨구요‥‥

‥ 아가씨께서 보셨다는 사람은 벌써 여기를 지나쳐간 지 오래 된 모양이군요! 저편으로더 뒤를 쫓아

보시면 아실 텐데‥‥‥‥”물론 국홍은 어물쩍해서 자운 아가씨를 한시 바삐 여기서 쫓아 버리자는

배짱이었다.그러나 자운 아가씨의 다음 말에는 국홍도 가슴이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을 잘

못 봤으면 그뿐이지! 이렇게 지독하게 더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