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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추평의 몸은 약간 옆으로 쏠렸다. 허리에 감고 있는 은색이 찬란한 허리띠를 풀려고도 하지 않았

. 오른손을 홱 쳐들더니 다섯 손가락을 활짝 폈다. 그대로 연비의 오른편 팔뚝을 움켜잡아 버리려고

했다.그러나 연비도 상반신을 살짝 꾸부리는 순간, 재치 있게 미끄러져 나가며 도리어 손추평의

가냘픈 허리께를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흐흥! 아니꼽게!”손추평은 코웃음을 치며 연비의 칼끝이

자기 신변 가까이 쳐들어오기 직전에 오동통한 한편 어깨를 으쓱하고 치올렸다. 날씬한 몸을 바람

“섣부른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항복하지 못할까? 그따위 솜씨를 가지고 이 손추평하고 대결

하자는 것은 어림도 없는 바보 같은 수작이야!”연비는 비록 무술 재간이 대단치 않다고 하지만, 천수

관음 손추평의 신법이 기기 묘묘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손추평이 어깨를 으쓱하는 것을 간

파하는 순간, 반드시 이상한 신법을 쓰리라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대비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눈앞

에서 손추평의 그림자가 졸지에 홱 없어지는 찰나에, 손추평이 자기 등덜미로 돌아 들어오든 말든,

그것은 아랑곳이 아니라는 듯 휘과낙일(揮戈落日)이라는 수법을 발휘해서 칼을 전후 좌우 사방으

로 미친 듯이 휘두르며, 그와 동시에 상반신을 앞으로 꾸부리고 몇 걸음인지 재빨리 미끄러져 나

갔다.연비의 칼을 쓰는 법은 가장 효과적으로 손추평의 허리를 찌를 수 있었다.손추평은 상대방을

깔보기만 하고 아무런 방비도 하고 있지 않다가, 연비가 이렇게까지 민첩하게 공격을 가해 오리라

고는 생각지 못했다.연비의 등줄기를 손가락으로 찌르고 있는 찰나에, 홀연 서슬이 시퍼런 칼날이

비스듬히 옆으로 쳐 들어오는지라 대경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뜸 손가락을 거둬 들이고 날

쌘 동작으로 살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 찰나에 아슬아슬하게도, 비단이 짜악하고 찢어지는

소리가 귀아프게 들려 왔다. 팔목 아래로 처져 있는 오색이 찬란한 손추평의 소맷자락이 칼끝에

스친 것이었다.갈가리 찢어진 비단 헝겊 조각이 마치 나비가 춤을 추듯 허공으로 나부껴 올라갔다

. 하마터면 손추평은 연비의 칼끝에 오른팔을 찔리고 말 뻔했다.이렇게 되고 보니 손추평은 도리

어 전신에 식은땀이 비 오듯 하는 판이었다.손추평이 뒤로 살짝 물러서는 순간에, 연비는 우렁찬

음성으로,”핫! 핫! 핫!”통쾌하게 웃으며 불쑥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올려, 그대로 숲속에서 몸을 뛰

쳐 먼 곳으로 뺑소니쳐 버렸다.그러나 연비가 도망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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