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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배나 더 빠르고 날쌘 데다가, 한옆에서 호시 탐탐 틈을 노리고 있는 소세옥과 만빙여 아가씨들

에게까지 신경을 써야 할 판이니, 몸에 지녔다는 천하절학(絶學)이란 것도 아무런 쓸모가 없어져

버렸고, 도저히 두 마리 짐승들의 악착 같은 공격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정기봉은 어찌나 울

화가 치밀었던지 시커먼 두 눈썹이 불끈 일어설 정도였다.쉴 새 없이 짐승처럼 으르렁대고 울

부짖었다.바로 이때,”아아앗!””으흐흐흐훗!”처절한 비명 소리가 연거푸 들려 왔다.장백칠웅 중

에서 이미 네 명이 부상을 입고 땅바닥에 나자빠져 버린 것이었다.흑수천왕 영춘은 팔음옥소(

八音玉諦) 매소천의 적수였다.놈은 처음 얼마 동안에 제법 백중지세로 매소천과 대결했으나 시

간이 오래 갈수록 지탱할 만한 힘이 부족했다. 매소천의 옥퉁소가 가지가지 이상야릇한 음향을

발동하기 시작하자 그것은 상대방의 가슴속을 떨리게 만들었다.흑수천왕 영춘은 아차 한 번 실

수하는 찰나에,”아아앗!”처참한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매소천의 옥통소의 공격을 정통으로 받아

, 땅바닥에 쓰러진 채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아 버렸다.”에이! 천하에 악독한 짐승들아!”정기봉은 목

청이 갈라지도록 고함을 지르는 순간, 두 손을 홱 뿌려서 악착같이 달려드는 원숭이와 신견을 잠

시 물리쳐 버리고 몸을 훌쩍 날려 매소천에게로 달려들려고 했다.그러나 눈치 빠르고 또한 손이

민첩한 소세옥이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추운검에서 무지개 같은 검광이 뻗쳐 나는 순간,

찌렁쩌렁 울리는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정기봉! 우리들 사이의 승부는 아직도 깨끗이 끝나지 않

았다!”소세옥의 칼이 한 번 휘둘러지자,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듯, 이편으로 덤벼들려던 정기봉의

힘을 완전히 가로막아 버렸다.이때, 금빛 원숭이와 신견은 또다시 정기봉에게 악착같이 덤벼들

었다.정기봉은 앞뒤에서 공격을 받게 되니, 마음은 들뜨지 않을 수 없었고, 초조하고 당황한 가운

데 왼편 손바닥을 홱 뒤집어서 불쑥 뻗쳐 되는 대로 신견과 원숭이의 공격을 막아내고, 오른손을

맹렬히 휘저어 싸늘하고 억센 장풍을 일으켜 간신히 소세옥에게 반격을 가해봤다.정기봉의 천심

장(穿心掌)이라는 수법은 무형중에 사람의 뼛속에까지 스며드는 지독한 장법(掌法)이라는 것을

소세옥은 잘 알고 있었다.소세옥은 즉각에 신영궁의 산형술을 발휘하여, 사람도 그림자도 훌쩍 종

적을 감춰 버렸다. 그러나 무지개처럼 뻗쳐 나는 칼의 힘은 눈에도 보이지 않게 정기봉의 공세를

여유 작작하게 막아내고 있었다.